FASHIONFEATURED

'젊은 피' 수혈 나선 패션업계 2세 경영 주목

 

 

박이라 세정 부사장(좌), 최혜원 형지I&C 대표(우)
박이라 세정 부사장(좌), 최혜원 형지I&C 대표(우)

최근 패션업계는 한 마디로 ‘풍전등화’다. 지속된 경기 침체로 매출 부진에 빠지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패션 업계에서는 불황기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소위 잘 되는 브랜드는 더욱 키우고 매출이 부진한 브랜드는 전개 중단이나 매각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패션업계는 2세 경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세 경영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라는 말과 어쩌면 일맥상통한다. 이는 패션 산업이 IT라는 옷을 입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일제히 런어웨이에 올리는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실시간으로 판매하고 셀럽 등 유명 인사들만 보았던 패션쇼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누구나’ 볼 수 있는 쇼로 바뀌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머리를 싸매고 해외 컬렉션만 보는 것이 아니라 SNS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디자인을 구상하기도 한다.

그 만큼 패션 산업의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패션업계의 2세 경영은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이런 패션산업의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70~80초년대부터 패션기업을 이끌어 온 1세대 오너 경영자들이 연로해진 점도 요인이다.

최근 중견 패션기업의 경우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데 이들은 해외에서 디자인·마케팅·경영학 등 관련 분야를 공부한 오너 2·3세들로 해외시장 진출,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 등 성장을 위한 전략을 짜내고 있다.

세정그룹은 지난 7월 1일자로 박순호 회장의 막내딸 박이라 상무를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신임 박 부사장은 세정 부사장과 세정과미래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된다.

박 부사장은 2005년 세정에 입사해 비서실, 브랜드전략실장 등을 거쳐 왔고 지난 2013년 새로운 유통 플랫폼인 웰메이드 론칭과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 론칭을 이끌어 주목을 받았다. 최근까지 비서실, 웰메이드사업본부, 마케팅홍보실, 구매생산조직 담당임원을 맡아왔다.

또한 2006년 관계사 세정과미래 총괄이사, 2007년에는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경영 일선에 참여했다. 2007년 ‘크리스.크리스티’ 론칭과 올해 중국 진출 기반 마련 2010년 ‘NII’ 리뉴얼 등 브랜드 론칭과 리뉴얼을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을 확대시켰다.

그는 미국에서 MBA를 수료하고 2004년 세정 비서실에 입사하면서부터 현장 감각을 익혀왔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는데 형지I&C 대표이사에 최혜원 전무를 임명했다. 최혜원 대표는 최병오 회장의 장녀로 2014년부터 형지I&C가 전개하는 여성복 ‘캐리스노트’ 사업본부장을 맡아 브랜드 성장을 견인해왔다.

형지I&C는 남성복 본, 본지플로어, 셔츠 브랜드 예작, 여성복 캐리스노트, 스테파넬 등을 운영하는 형지의 계열사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부터 패션그룹형지 글로벌소싱 구매팀, 크로커다일레이디 상품기획실, PI Project을 거쳐 지난 2013년에는 패션그룹형지 전략기획실장을 맡아 브랜드 경영을 두루 경험했다. 최혜원 신임 대표는 이번 인사로 계열사 대표이사로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됐다.

신원도 지난 4월 박정주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박정주 대표는 창업주인 박성철 회장의 삼남으로 그 동안 신원의 해외 법인과 수출 부문을 진두 지휘해온 해외 수출 영업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 신원은 소비 부진과 개성공단 중단 사태 등으로 패션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박정주 대표를 주축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는 브랜드별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전문가 육성에도 투자를 계속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현재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성과를 내고 있는 인물도 있다.

창업주인 아버지가 일으킨 회사를 이어받아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사세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것.

대표적인 인물로 슈페리어 김귀열 회장의 장남 김대환 대표, 잠뱅이의 창업주인 고(故) 김종석 회장의 장남 김명일 전무 등이 꼽힌다.

지난 2013년부터 슈페리어 경영을 맡고 있는 김대환 대표는 2003년 슈페리어에 입사했다. 김대환 대표 지난 2013년 2월 전략기획실 총괄이자 계열사 슈페리어홀딩스 대표에서 모 회사 슈페리어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경리팀으로 입사해 SGF 슈페리어 사업부, 해외사업부, 아울렛사업부, 전략기획실 등을 두루 거친 그는 김귀열 회장 못지않은 사업가 기질과 열의가 강하다.

특히 지난 2011년 12월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마틴싯봉’의 국내 판권을 인수한데 이어 패션 브랜드 라이선스 전문업체인 유나이티드브랜딩그룹을 설립해 판권 거래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5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슈페리어의 새로운 50년을 김 대표가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잠뱅이는 현재 브랜드 창립자인 김종석 사장이 지난 2005년 별세한 후 배우자인 안재영 대표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두 아들 김명일 전무와 김광일 이사가 핵심 멤버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김명일 전무는 2006년 잠뱅이에 입사해 자재부터 생산관리, 상품기획 부서를 두루 거치며 토종 브랜드 ‘잠뱅이’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에스제이듀코도 지난해 4월 김삼중 회장의 장남 김선기 부사장이 취임했다. 김 부사장은 서울대 전산학과 출신으로 2001년에 이 회사 전산팀에 입사해 마케팅, 전략팀, 듀퐁셔츠사업부 등을 두루 거치며 경영 일선에 참가하고 있다.

패션기업 오너들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보다 가업 승계를 선호한다.

자수성가한 탓에 회사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전문 경영인보다는 자녀들을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 승계 방식은 과거와 달리 탄탄한 기본기와 실무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실무형 경영 수업’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세들이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불황기 신성장 동력이 절실한 패션 시장에서 창업주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내고 있다”며 “이들은 영업·마케팅·수출 등 다양한 부서에서 실무경험을 쌓고 바탕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80 Views
8 Shares
0 Comments

문 병훈

세계 일주를 꿈꾸는 패션 기자 mbh@fashionseoul.com

Related Articles

답글 남기기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