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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제조기업의 진화, ‘OEM’에서 ‘OBM’으로

OEM

최근 패션 업계에 대형 M&A가 성사되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바로 의류 OEM(주문자위탁생산) 전문기업인 한세실업이 TBJ, 버커루를 전개하는 패션 기업 엠케이트렌드를 인수한 것이다. 한세실업은 엠케이트렌드의 김상택 회장과 김상훈 사장이 보유한 주식 505만9806주를 1,190억원에 취득했다. 한세실업은 이번 엠케이트렌드 인수를 통해 종합패션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선언했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엠케이트렌드의 매각을 상상하기 어려웠기에 이번 M&A 건은 패션업계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엠케이트렌드 직원 상당수는 계약 당일 이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질 정도로 이번 인수전은 두 업체의 경영진 사이에 극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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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설립된 한세실업은 나이키, 갭, H&M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제품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의류를 생산, 납품하는 글로벌 벤더 기업이다. 2011년 유아동복 전문기업 드림스코(현 한세드림)를 인수 후 자체 유아동 브랜드 컬리수와 모이몰른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난해 캐주얼 브랜드 에프알제이진을 소유한 에프알제이를 인수하며 패션기업으로 모양새를 갖췄다.

특히 엠케이트렌드는 TBJ, 버커루, 앤듀 등을 보유한 토종 캐주얼의류 전문기업으로 라이센스 브랜드로는 NBA와 올 하반기에는 골프웨어 LPGA gallery를 론칭할 예정으로 사세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최근 패션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해외 사업 확장으로 지난해 289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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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실업은 이번 엠케이트렌드 인수를 통해 엠케이트렌드의 안정적인 유통채널을 통한 매출 증대와 중국 스포츠의류 시장에서의 두드러진 성장이 기대된다며 향후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의류 OEM 기업의 패션 브랜드 인수는 처음이 아니다.

세아상역은 이미 지난 2006년 패션기업 나산을 인수하고 현재 계열사인 인디에프를 통해 꼼빠니아·조이너스·테이트·트루젠 등 남녀 여성복, 캐주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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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인더라는 편집숍 브랜드를 론칭하며 사세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세아상역은 지난해 약 1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의류 OEM 업계에서 최대 수준의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세아방적, 윈텍스, 인디에프 등 계열사를 합한 그룹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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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와 달리 자체 브랜드를 론칭한 기업도 있다.

대한민국 유일의 다운 소재 공급업체인 태평양물산은 지난 2009년 프리미엄 침구 브랜드 소프라움을 론칭하며 패션사업으로 영역을 확대 중이다.

태평양물산은 코오롱, K2, 블랙야크, 밀레, 컬럼비아, 네파 등 수많은 아웃도어 내수 시장의 거위털을 80%이상 공급하고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지에 수출해 세계 거위털 공급률 1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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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의 거위털 제품 연구, 개발을 바탕으로 2009년 국내 최초 거위털 이불 전문 브랜드 소프라움을 론칭하며 자체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

태평양물산의 프리미엄 다운 소재 브랜드는 프라우덴으로 공급량은 연간 4,500톤으로 내수 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는 물론 ‘갭’, ‘휠라’, ‘망고’, ‘자라’, ‘A&F ’등 세계 주요 브랜드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신사복 전문 OEM 기업인 부림광덕도 젠이라는 남성복 브랜드를 론칭하며 사세를 키우고 있다.

부림광덕은 인도네시아에 신사복 공장 PT KWANGDUK WORLDWIDE를 통해 일일 약 6,000착, 연간 약 150만착의 남성복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최대 신사복 판매사인 맨스웨어하우스, 미국 대형 백화점인 메이시스, 월마트를 비롯해 ‘갭’, ‘바나나리퍼블릭’, ‘랄프로렌’, ‘캘빈클라인’ 등과 일본 신사복 1,2위 업체인 아오야마, 아오키 외에도 ‘유나이티드 애로우’, ‘타카큐’ 등이 PT KWANGDUK의 주요 거래처들이다. 국내는 삼성물산, 코오롱, LF 등 굴직한 대기업을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젠’은 신사복 수출 전문회사인 부림광덕이 지난 2014년 하반기 론칭한 신사 정장 브랜드로 이외에도 피에르가르뎅 등 연이어 론칭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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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은 슈트 SPA를 표방하며 6월 들어 춘하시즌 물량이 모두 완판 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도 12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정도로 공격 영업에 나서고 있다.

# ‘OEM’에서 ‘OBM’으로

이처럼 글로벌 의류 제조 기업들이 단순 OEM에서 탈피해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인수를 통해 외형을 확장하고 있는데 자사 공장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최근 경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타 기업에 비해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OEM·ODM 기업 입장에서 브랜드 유통 사업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납품가 1,000원의 티셔츠의 판매 가격은 2~3만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기업들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인수하는 건 기존 사업을 탈피하거나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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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M기업은 주문생산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세실업, 세아상역 등 국내 최고의 글로벌 의류밴더의 사세 확장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며 “향후 이들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자체 공장을 활용해 브랜드 유통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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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병훈

세계 일주를 꿈꾸는 패션 기자 mbh@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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