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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패션위크와 소치동계올림픽

서울패션위크와 소치동계올림픽 | 1

그야말로 돈잔치였다. 러시아는 ‘2014소치동계올림픽’에 500억 달러(약 54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며 이전까지 가장 비싼 올림픽이었던 2008베이징올림픽의 420억 달러(약 45조원)를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돈으로 무장한 화려한 개막식과 최첨단 경기장은 전세계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개막행사에서 ‘오륜기’가 ‘사륜기’로 펼쳐지는 실수가 있긴 했지만 역시 돈이 들어가니 볼거리는 많았다.

하지만 눈요기거리가 풍부하다고 성공적인 이벤트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최국 이라는 홈 어드벤테이지로 김연아의 금메달을 감쪽같이 가로챈 최악의 편파판정 논란. 4km를 가는데 6만 5천원이라는 바가지 택시요금.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맥주 빛깔 물. 대회운영과 관리의 문제점이 수두룩했다. 스포츠이벤트에서 공정한 판정, 관중에게 친절한 서비스, 시설관리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돈을 시원하게 뿌렸던 소치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지 못하는 것도 결국 기본기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2014 F/W 서울패션위크>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관과 함께 막을 열었다.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는 마치 거대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건축물이다. 현대디자인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DDP에서 패션위크 개최는 역대 최고의 장소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오프닝행사였다. 기존 패션위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한류스타 EXO와 신진 디자이너 18인의 콜라보레이션 패션쇼는 절정의 한류열기에 K패션을 입힐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어설픈 행사운영이었다. 프레스등록을 하기 위해 줄을 섰는데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왜인지 이유를 알아보니 지난 패션위크때와는 달리 바이어, VIP, 프레스의 등록창구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등록’이라는 배너만 달랑 하나 세워놓으니 도대체 뭘 등록하라는지 애매모호했다. 이러니 ‘등록’ 줄에는 기자, 외국인, 심지어 DDP에 구경을 오신 어르신 들까지 줄을 서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필자와 같이 줄을 서있던 연세가 지긋이 드신 어르신은 “이 줄이 도대체 무슨 줄이에요”라고 물었다. “프레스등록 줄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허허 그래요? 난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서있었는데 가야겠네”라며 그때서야 자리를 옮기셨다. 제대로 된 운영진이라면 줄이 왜 이렇게 길게 서있는지, 줄 서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이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줄은 점점 밀려가는데 직원들끼리 수다를 떨며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한숨이 밀려나왔다.

또한 외국인이 질문을 하자 등록창구에 있는 한 직원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다른 직원을 가리키며 외국어 능력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글로벌패션쇼를 지향하는 서울패션위크에서 외국어가 안 되는 직원이 버젓이 등록창구를 지키고 있는 건 무슨 경우인지. 훌륭한 시설에서 패션위크를 볼 수 있다는 설렘은 온통 사라져 버리고 안타까움만 밀려왔다. 행사관계자에게 이런 사실을 설명했더니 “DDP개관식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관식이라는 큰 행사에서 벌어질 복잡한 상황까지 예상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다시 물었다. “그러게요. 저희가 왜 그랬나 싶어요”라며 관계자는 고개를 떨궜다.

서울패션위크가 세계로 뻗어가려면 기본적인 것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설에서 멋진쇼를 선보여도 정작 이벤트를 소비하는 대상이 불쾌함을 느낀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사실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국가는 드물다.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실전에 발휘하지 못하면 그것처럼 억울한 일도 없다. 결국 진정함 힘은 기본기에서 나온다. 화려한 몸치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게 경쟁력을 강화화는 가장 좋은 길이다. 서울패션위크는 하드웨어만 좋았지 소프트웨어는 ‘꽝’이었던 소치동계올림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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