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과 익숙함, 이 둘 사이에서 디자이너는 얼마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는가.
YCH의 디자이너 윤춘호는 지난 시즌에 보여준 ‘여왕(Queen)’이라는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80년대 모던 글래머(80’s Modern Glamour)’를 테마로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영민했다.
YCH 특유의 여성미는 농염하게 무르익었다.
디지털 생중계를 위해 보그 코리아의 드론이 떠다니고 김원경, 한혜진, 이현이 등 셀러브리티 모델이 출격을 준비하는 열띤 풍경은 YCH가 론칭하고 이제 겨우 두 번째 시즌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놀라웠다.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첫 모델 김원경이 등장하자 놀라움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오버사이즈의 블랙 턱시도 재킷은 블랙 컬러도 수많은 음영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YCH는 그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블랙을 찾아냈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버 사이하이 부츠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잉크 블루 컬러의 모직 원피스는 레그오브머튼 소매와 더블버튼으로 되어 있어 여성성과 남성성의 절묘한 조합을 보여줬다.
만약 누군가 ‘동시대적 패션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그에 대한 모범 답안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섹시하게 재해석된 트렌치코트 시리즈는 <나인 하프 위크>의 킴 베이신저를, 쇼 후반부에 등장한 블랙 시스루 시리즈는 <수잔을 찾아서>의 마돈나를 추억하게 했다. 디자이너는 “1980년대는 내가 태어난 해여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모든 요소를 아름답게 매듭지은 힘은 더욱 완벽해진 패턴이다. 남성 슈트의 테일러링 요소를 접목하는 것이 YCH의 새로운 도전이었고 이는 성공적인 컬렉션을 일궈낸 중요한 열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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