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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2] ‘구오 페이’ “9억준다고 해도 안팔아요.”

구오 페이와의 인터뷰 하는 내내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순수함’ 이었다. 왠지 모르게 순수한 느낌이 계속 가슴속에 찌릿찌릿 하고 전해졌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녀의 아이 같은 눈빛과 표정 그리고 맑은 음성 때문이었다.

K팝스타3의 심사위원 박진영은 오디션에서 한 참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입으로 노래하면 저희는 귀로 듣고요. 마음으로 노래하면 저희도 마음으로 들어요. 눈동자 속에는 다 들어있거든요. 눈동자에 드러나는 감정 그거 못 속여요.”

구오 페이 역시 입이 아닌 마음으로 말하고 있는듯해 보였다. 그녀의 눈빛, 표정, 음성에 진실함이 묻어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이야기가 단지 내 귀로 들어가 머릿속에 잠시 있다 사라지는 게 아닌, 내 마음속으로 들어가 내 심장을 건드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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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는 구오 페이(GUO PEI). 사진=김경성

지금껏 계속 승승장구 하신 것 같은데요. 혹시 성공비결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제가 생각할 때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재능’, 두 번째는 ‘근면성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적절한 시기’ 라고 생각해요. 저는 운 좋게도 이 3가지를 다 갖춘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도 1만시간의 법칙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중국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랑랑’(Langlang)은 지금도 역시 매일 4시간 이상 연습을 합니다. 어릴 때는 10시간 이상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운만으로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의 예를 한번 들어보죠. 젊은 디자이너들이 1천 개의 디자인을 하는데 10년 정도가 걸립니다. 저 역시도 이런 과정을 똑같이 거쳤습니다. 절대시간을 확보하는 것과 노력을 하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성공의 지름길은 없는 것 같네요.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되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좋습니다. 1년에 3,000벌에서 4,000벌의 의상을 만든다고 들었습니다(구오 페이의 스튜디오에서는 450명의 공예가가 일을 하고 있다). 실로 엄청난 양인데요. 일이 힘들지는 않습니까?

그냥 옷을 3,000~4,000벌 만든다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거에요. 그런데 저희는 모든 옷을 주문 제작하기 때문에 그 정도 양은 상당한 거라 볼 수 있죠. 아무리 주문이 적을 때도 1년에 1,000벌은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3~4개의 디자인은 꼬박꼬박 하고 있어요(웃음).

하루 3~4개의 디자인을 하면 도대체 언제 쉬는 겁니까(반신반의하며 강하게 물었다.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하하, 못 믿는 것 같은 표정이군요(큰 웃음). 제게는 옷을 디자인 하는 시간 자체가 휴식이자 놀이에요. 사람 안 만나고 그냥 하루 종일 디자인만 하고 싶어요(인터뷰 중 제일 행복한 표정). 정말입니다.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아마 모를 거에요. 하루에 10~20벌까지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동 할 때 차 안에서나 비행기에서도 디자인을 할 수 있어요. 그만큼 디자인이 좋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비슷하지 않나요.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인터뷰 시간조차도 아깝겠군요. 최대한 빨리 끝내드리겠습니다(황급한 표정으로). 이번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느 정도 나온 것 같은데 그래도 다시 한번 질문 드리겠습니다.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가요?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으면서 디자인 할 때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요(구오 페이의 감정이 점점 격해짐). 저는 디자인 작업을 회사와 집에서 이렇게 나눠서 하는데요. 회사에서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옷을 만듭니다. 즉 고객이 원하는 옷은 회사에서 만들죠. 하지만 집에서 일을 할 때는 정말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합니다. ‘용의 전설’을 비롯한 패션쇼에서 보여주는 작품은 모두 집에서 디자인을 한 겁니다. 이런 건 판매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팔지 않아요.

정말인가요? 돈은 아무리 줘도요?

8년 전에 어떤 고객이 엄청난 제안을 했습니다(웃음). 중국 돈 500만 위안(한화 약 9억원)을 줄 테니 제 작품을 팔라고 했었죠. 그 당시 그 돈이면 좋은 집을 하나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 옷은 제가 판매하려고 만든 옷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회사에서 만든 옷은 돈을 벌기 위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그 돈을 가지고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는 거죠. 이런 제품은 절대 팔지 않습니다(강한 어조로). 절대로요.

이번 한국방문 목적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영감을 받고 싶었어요. 제 디자인의 영감은 주로 아시아국가에서 받은 게 많습니다. 제가 예전에 미국에 있는 박물관을 갔었는데 한복에 새겨진 자수를 유의 깊게 봤었어요. 중국의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도 좀 있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좀 더 자세하게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은 서울패션위크를 세계 5대 컬렉션으로 부상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먼저 세계의 저명한 디자이너들이 많이 참여를 해서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받아야 세계적인 패션위크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아시아의 우수한 디자이너들이 뭉쳐서 세계로 같이 진출해야 합니다. 서양은 프랑스, 이태리, 미국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벌써 연합해서 이런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양 디자이너들도 이제 함께 세계시장으로 발돋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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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abian 1002th Night, 2010. 사진=Rose Studio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에 중국전통 혼례복을 주제로 한 패션쇼와 ‘용의 전설’처럼 중국의 스토리를 보여 줄 수 있는 패션쇼를 연말에 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베이징에서든 서울에서든 양국의 문화와 역사를 표현 할 수 있게 한국 디자이너와 함께 무대를 연출해 보고 싶네요. 이상봉 디자이너를 한번 만나기는 했는데요. 그 외의 한국 디자이너들은 아직 잘 모르거든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앙드레김’ 디자이너처럼 한국의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해내는 디자이너와 함께 해보고 싶네요. 제가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런 주제의 쇼를 많이 했었거든요. 패션쇼를 통해 양국의 우호관계를 다진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껏 사람을 만나고 많은 책을 읽으면서 성공한 사람에게는 3개의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첫 번째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두 번째는 엄청난 양의 노력. 마지막은 독서. 구오 페이도 정확하게 이 분류에 속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간단한 기념촬영을 하고 서둘러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녀. “그렇게 급히 어디 가나요?” 물었더니 “이화여대 구경가요” 하며 마지막까지 해맑은 웃음을 보여줬다. 그녀의 바람대로 서울에서도 한∙중 역사가 담긴 패션쇼가 열려 양국이 우호를 다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글 임성민, 김정훈 | 사진 김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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