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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화 디자이너 인터뷰] 자연을 통해 네팔에게 전하는 메시지

홍미화 디자이너
홍미화 디자이너 / 이대산 포토그래퍼

지진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네팔에서 패션쇼를 진행한 괴짜 디자이너(?)가 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꾸민 것일까? 그녀에 대한 힌트를 하나 주자면 바로 ‘자연주의’다. 서구의 감성에 얽매이지 않고 지구촌의 삶과 정서를 읽어내는 그녀, ‘홍미화’를 만나고 돌아왔다.

홍미화는 우리가 현실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산과 들, 강물의 아름다움을 옷에 고스란히 담아 세상에 꺼내 놓는다. 그녀가 추구하는 ‘자연주의’는 거창하거나, 굳이 어렵게 비비 꼰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자연에서 얻은 감정을 기반으로 소소하게 풀어내는 것이다. 가령 말하자면 길을 거닐다 우연히 나뭇잎 하나를 주웠을 때의 감동, 혹은 꽃 내음이 코를 찔렀을 때의 환희… 이런 것들이 영감의 발원지다. 그녀는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개인의 운명이나 의지가 아닌 자연 현상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홍미화는 1993년 파리 빈센느 숲 속의 빈터에서 수많은 반딧불을 조명 삼아 패션쇼를 진행했다. 이후 파리의 센 강변에 떠 있는 배, 오래된 교회에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자연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아냈다. 다소 괴짜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것이 진짜 ‘홍미화’다운 맵시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현재의 경향을 결정짓는 것을 ‘트렌드’라고 하죠? 하지만 저의 기준에서 ‘트렌드’는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미(美)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초록색이 좋으면 저에겐 곧 ‘초록색’이 트렌드에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을 때, 그 속에서 나오는 생각이 가장 트렌디한 답이죠”

홍미화가 파리에서 자연친화적인 패션쇼를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그녀에게 ‘이상한 디자이너’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편벽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굳건히 지켰다. 앞으로도 자연과 함께 하겠다는 홍미화, 이번에는 네팔에서 자연을 어루만짐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돌아왔다.

Q 네팔에서 패션쇼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 9월에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생계를 위협받으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 네팔인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네팔로 떠나게 됐죠. 네팔은 구호물품보다 재난이 일어나기 전과 같은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절실히 원해요. 그런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기 위한 일환으로 패션쇼를 진행하게 됐죠.

Q 네팔과 패션이라… 사실 저로서는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네팔에도 분명 ‘패션’은 존재해요. 만약 그들도 전문적인 교육과 기술을 습득한다면 놀라운 다이내믹함을 이끌 수 있다고 자부해요. 이제는 마음의 시대잖아요. (웃음) 옷을 얼마나 예쁘게 만들어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표현했느냐가 더 중요하죠.

Q 네팔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왜 없었겠어요. (웃음) 장소 섭외부터 무대 설치, 모델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모델이었어요. 사실상 20명이 훌쩍 넘는 이들을 모두 데리고 출국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최선의 방법으로 ‘의기투합’을 생각했어요. 프로 모델과 현지인이 무대를 함께 메우는 거죠.

Q 네팔 현지인과 함께 하는 무대라니 정말 놀랍네요.

네. 패션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친구들이었어요. (웃음) 사실 모델을 하겠다고 자처한 이들이 많았는데, 그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 해서 미안한 마음이에요.

Q 네팔 패션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전체적인 큰 타이틀은 <THANKS NEPAL!>이에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버텨준 그들이 대견하기도 했고, 또 소중한 자연을 해치지 않고 보존해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어요.

이번 컬렉션에서는 네팔의 들판에서 자라는 야생초 ‘네틀’을 활용한 천연 섬유로 옷을 만들었어요. 면화 재배를 위해 심각한 수준의 독성 물질과 화학 물질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디자이너로서 자연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네틀’은 면직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꾸준히 거론되며 네덜란드의 노벨상 후보까지 올라갔었어요. 다른 소재에 비해 비교적 완벽한 천연 섬유인데다가 벌레가 꼬이지 않아 농약이 따로 필요 없고, 또 소량의 물로도 충분히 자라거든요. 현재 패션 소재의 미래를 이끌 주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죠. 네팔에서 ‘네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네팔인들이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소중하게 지켜줬기 때문이에요. 언젠가는 세계인들이 네팔에게 고마워할 날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어요.

Q 이번 패션쇼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지금까지 네팔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아프리카, 아마존 등을 테마로 진행된 패션쇼가 굉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결국 속내를 들춰보면 ‘에스닉’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죠. 정작 그 나라들은 실질적인 주인공이 되지 못 했던 거예요.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 등지에만 패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자본주의를 등에 업은 현대 물질문명에 의해 획일화된 패션은 인류의 상상력을 억누르고 부자 나라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꾸준히 왜곡돼왔다는 점을 시사하고 싶었어요.

Q 네팔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한마디로 축제의 분위기였어요. 모두들 즐기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감상했죠. 패션쇼가 끝난 후에는 식사를 따로 대접하기도 했어요. (웃음)

Q 그들과 소통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그들은 현재의 상황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정신적으로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어요. 참 배울 것이 많은 친구들이죠. 한없이 자유롭고 순박한 정신을 가진 네팔인들이 그지 없이 부럽더라고요.

Q 현재 네팔의 상황은 어떤가요?

전 세계 각국에서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열악한 상황이에요. 직접 현장에서 본 네팔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어요. 도시에 살던 젊은이들이 시골로 내려가 일손이 부족하고, 기름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끊겨버렸죠. 지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러한 생활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돌아왔어요.

홍미화는 어느 특정한 나라가 아닌 범세계적인 마음의 교류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향수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감히 누구도 따라 할 수 없고 오직 ‘홍미화’만이 가능한 것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그녀는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단순히 직업을 가지기 위해 옷을 만들기보다는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고 판단됐을 때 진정한 마음으로 시작하세요. 그것이 패션 산업에 공헌하는 일이라고 자부해요”

그녀는 후배들과 자신의 길은 다르다고 말한다. 서울컬렉션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열심히 달려주길 염원할 뿐이고, 본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각자의 길을 리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홍미화의 다음 무대는 ‘소금사막’이다. 그곳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통해 자연을 매만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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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패션 에디터(__*) 1:1 신청 환영 press@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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