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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디자이너 브랜드!

벼랑 끝 몰린 디자이너 브랜드! | 1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내수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편집숍의 높은 수수료 등 영업 환경이 점차 악화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든 A사는 2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 동안 현대백화점 등 국내 백화점 중심으로 입점을 활발히 펼쳤지만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2년 전부터 백화점 매출이 떨어지자 올해부터 자체 쇼핑몰 강화와 중국 등 해외 진출로 판매 전략을 바꿨다.

A사 대표는 “2년 전 비해 백화점 매출이 50%가량 떨어졌다. 국내 경기의 장기 침체로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며 “이를 타계하기 위해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판매 활로를 모색 중에 있다”고 말했다.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전개 중인 B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B사는 그 동안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위해 백화점과 편집숍에 입점하며 사세를 확장했지만 매출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B사도 2년 전 비해 40%이상 매출이 줄자 비효율 매장을 정리키로 했다.

B사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앞 다퉈 디자이너들의 백화점 진출 러시가 이어졌지만 최근 이 같은 분위기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며 “그 동안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인지도 상승을 위해 백화점과 편집숍 입점 등 몸집을 키웠다면 최근에는 몸집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경영 환경이 나빠진 탓도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편집숍의 수수료가 터무니 없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점포화에 성공한 편집숍 에이랜드나 원더플레이스 등도 매장 내에 수수료를 내는 위탁 매장을 가져가고 있는데 현재 이곳에 신규 입점하는 신진 디자이너의 수수료는 40%선이다.

물론 브랜드 마다 입점 수수료는 차이는 있지만 보통 35% 안팎인 백화점 수수료에 비해 높다. 이 때문에 에이랜드 등 최근 편집숍을 떠나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높은 수수료에 재고와 반품을 계산하면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편집숍 이외의 대안 유통이 없어 편집숍 유통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편집숍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 남성 디자이너 브랜드는 올해부터 편집숍 유통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자체 매장 오픈을 강화키로 했다. 이 회사는 최근까지 어라운드코너, 에이랜드 등 40여개의 편집숍에 입점했는데 상반기내로 20개 안팎으로 줄일 계획이다. 대신 직영점 오픈을 통해 줄어든 매장을 대체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1년 정도 편집 매장에 입점했다가 얼마 전 부터 주요 매장을 제외하고는 철수키로 결정했다”며 “브랜드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30~40% 달하는 높은 수수료가 철수 이유다”고 말했다.

특히 재고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재고 로스트율이 높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티셔츠 10장을 입고시키면 3~4장이 분실되고 본사로 넘어온 재고는 입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

디자이너 브랜드 관계자는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더라도 디자이너들은 편집 매장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별 다른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한 디자이너들에겐 편집숍만한 유통채널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몇 몇 업체들이 편집숍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벼랑 끝 몰린 디자이너 브랜드! | 2# 디자이너 브랜드 벼랑 끝 탈출구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국내 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자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인 황은아는 최근 WEH라는 별도법인을 설립하고 ‘WEH’라는 브랜드로 중국 진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의류산업협회에 주최한 한중패션 비즈니스 수주회에 참가하면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황마리 ‘WEH’ 대표는 “최근 내수 경기 침체로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설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쏘리투머치러브, 샌프란시스코엄블레라 등 디자이너 브랜드도 최근 중국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거나 마켓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차보경 샌프란시스코엄블레라 대표는 “지난해 12월 20일 한중 FTA 발효 이후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중국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을 통해 매출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중국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내 편집숍이 신유통채널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류패션으로 인해 감각적인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소구가 높아져가고 있다.

허용구 의류산업협회 중국대표처 원장은 “중국 패션 시장에서 편집숍 열풍이 불고 있는데 편집숍 매장을 채울 콘텐츠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찾는 중국 바이어들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중속으로 들어온 것 불과 3~4년 전의 얘기다.

스타 디자이너가 등장할 정도로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유통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컸다.

과거 디자이너가 브랜드 론칭을 하고 싶어도 인프라가부족해 어려웠지만 지금은 편집숍,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브랜드 론칭이 수월해졌고 그만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빠르게 증가했다.

또 이들은 과거 고가의 부티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1, 2세대 디자이너와 달리 소비자들과 페이스북 등 SNS 등으로 소통하면서 발전했다. 신진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다양한 정부 정책도 디자이너 브랜드를 붐업 시키는데 한 몫했다.

한 디자이너는 “최근 지속된 경기 침체로 백화점이나 매장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여기에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인큐베이터를 자처한 편집숍의 높은 수수료로 인해 디자이너 브랜드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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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병훈

세계 일주를 꿈꾸는 패션 기자 mbh@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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