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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4.0] Part3 기고 : 4차 산업혁명 출발점의 풍경

‘4차 산업혁명’, 어느덧 대선 공약으로 더 익숙해진 그 단어가 우리를 찾아온 것은 불과 작년 초였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다보스 포럼’의 2016년의 주제가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였다.

하지만 그 주제에 불을 붙인 것은 바둑의 신, ‘이세돌’과 당시는 생소한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의 대결이었다. 바둑은 잘 모르지만 TVN ‘응팔’ 드라마 덕분에 바둑기사의 ‘천재성’정도는 이미 알고 있던 차라 박빙의 승부를 기대했다. 하지만 4번의 대결 중 겨우 1승을 올려, 우리 ‘사람’편은 완패했다. 그 일로 ‘알파고’는 바둑을 잘하는 인공지능을 넘어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대표하는 인간보다 우월한 기계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렇게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IoT’ 등의 난해한 단어가 9시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서점의 신간 코너를 점령하더니 대선의 공략을 넘어 마침내 그 이름을 딴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실 ‘혁명’이라는 단어는 지극히 역사적 맥락의 단어다. 우리가 ‘1차 산업혁명’의 동력이라 부르는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특허를 취득한 것이 1769년인 반면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1844년 ‘엥겔스’였으며, ‘아널드 토인비’가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한 것은 무려 115년이 지난 1884년이었다. 쉽게 말해 ‘혁명’이라는 단어는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 확인된 이후에나 붙일 수 있는 단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4차산업혁명’이라 부르는 하나의 흐름은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도, IoT도 그밖에 다양한 기술도 이름은 있으나 아직은 부족해서 계속 진화해 나가는 중이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놀랍게 진화하고 성장하는 덕분에 일부에서는 이 흐름이 ‘혁명’이 되는 순간 인간이 멸종하지 않을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가능성은 확인되었으나 ‘아직’ 혁명적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게다 본 연재의 대상이 되는 ‘패션’ 혹은 ‘패션 산업’ 분야는 얼핏 생각하면 이러한 전화(戰禍)를 피해갈 수 있는 방공호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안심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지난 3차 산업혁명, 다시 말해 ‘정보화 혁명’ 혹은 ‘인터넷 혁명’이라 불리던 흐름에서 패션과 패션 산업이 지극히 짧은 기간 내에 실로 엄청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안락의자에서 느긋하게 TV를 보듯 이 흐름을 관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본 칼럼은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시작된 혁명’을 조금은 차분한 눈길로 바라보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4차 산업혁명, 그 출발점의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시작된 혁명의 흐름을 탐색해보자.

The Clickpack Pro 광고 사진 (출처 : https://www.kickstarter.com/projects/clickpackpro/the-clickpack-pro-anti-theft-backpack)

나는 지난 봄 가방을 하나 샀다. 나의 쇼핑은 보통 PC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몇몇 후보를 골라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다. 거기서 직접 눈으로 보고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른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지는 않는다. 대신 다시 모바일로 할인 쿠폰과 최저가 검색을 해서 결제를 마친다. 그렇게 조금은 복잡한 절차를 따른다. PC는 온라인의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상품을 탐색하는 공간이고 오프라인은 실제 상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서 경험하는 공간이며 모바일은 쿠폰이나 최저가 탐색을 쉽고 빠르게 해결해 줄뿐만 아니라 결제마저도 온라인보다 오히려 손쉽다. 요즘은 이러한 다소는 복잡해 보이는 쇼핑 습관을 가지고 있어도 2~3일이면 원하는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 물론 배송을 위한 배송료는 가급적 무료를 추구한다.

그러나 지난 여름에 가방을 구매하는 절차는 상당히 달랐다. PC에서 상품을 검색하는 절차가 없었다. 그저 페이스북 News Feed를 보는 중에 우연히 Korin Design (이하 KD)이라는 처음 보는 회사의 가방광고를 접했고 이에 반응해서 해당 링크를 눌러 들어갔다. 그렇게 방문한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눈에 띈 것은 제작사가 올려둔 상품 소개가 아니라 이미 나보다 앞서 그 상품을 구매한 이들을 숫자로 표현한 정보였다. 그런데 숫자가 길어서 끝에서부터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 백만. 백만 달러?”

어린 시절 TV에서 보던 ‘육백만달러 사나이’가 떠올랐다. 도대체 어떤 가방이길래 백만불, 우리 돈으로 10억이 넘는 매출을 이미 일으켰는지 궁금했다. 실제 가방에 대한 소개 영상을 본 것은 그런 매출 정보를 본 이후였다. 영상을 보았지만 보는 내내 솔직히 그들의 소개보다는 앞서 본 숫자만 눈에 어른거렸다. 소개 영상을 보는 둥 마는 둥 했을 때, 구매 가능한 개수가 40여개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정보가 눈에 들어 왔다. 기다릴 수 없었다. 정신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르고 배송정보를 입력하니 전에 없던 배송요금이 뜬다.

“50달러”

순간 눈을 의심했다. ‘5달러를 잘못 쓴 게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사면 보통 2,500원 정도의 배송료를 지불하는데 무려 5만원이 넘는 배송료를 내야 한다니…. 하지만 여전히 내 눈은 두 가지 숫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백만불이 넘는 매출과 40에서 점점 줄어드는 구매 가능한 수량. 그렇게 무모한 가방 구매가 이루어졌고 무려 2달이 지나서 해당 가방을 집에서 받아 볼 수 있었다. PC, 오프라인, 그리고 모바일을 두루 사용해서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그리고 가장 적은 배송료 정책과 최저가 검색을 한 뒤에야 겨우 안심하던, 그런 새가슴인 내가 5만원이 넘는 배송료를 내고 2달이 넘게 기다려서 가방을 샀다. 배달 온 가방을 이제까지 어떤 가방 보다 소중하게 껴안은 채 생각했다.

‘세상이 뭔가 달라진 것 같다.’

 

고객’을’ 설득하던 시대에서 고객’이’ 설득하는 시대로

1920년 미국의 경제학자 ‘롤랜드 홀’은 ‘소비자 행동 이론’을 발표한다. 이른바 ‘AIDMA(라고 쓰고 ‘아이드마’라고 읽는다)’라고 불리는 이 이론에 따르면 고객은 기업의 메시지에 주목하고 (Attention, 이하 A), 관심을 가지고(Interest, 이하 I), 욕망하여(Desire, 이하 D), 기억했다(Memory, 이하 M), 마침내 구매(Action, 이하 AC)하는 과정에 따라 소비행동을 한다고 한다. 이는 한 마디로 기업이 광고를 통해 고객을 설득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인터넷 혁명은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2005년 일본의 덴츠사가 가장 먼저 그러한 소비자 행동 변화를 ‘AISAS(라고 쓰고 ‘아이사스’라고 읽는다)’라고 정의하고 나섰다. 기존의 A와 I단계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고객이 욕망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검색/탐색(Search, 이하 SE)’이라는 단계를 새롭게 추가했다. 그리고 e커머스의 발달로 더 이상 구매를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M단계를 삭제하고 바로 AC단계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전통적 이론이 AC단계, 즉 구매로 소비자 행동이 끝나는 반면, 덴츠사는 이후에 자신이 구매한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소비자 습관을 ‘공유(Share, 이하 SH)’라는 이름으로 추가하였다는 사실이다.

AIDMA-AISAS (출처https://www.re-fine.jp/sales-up/2016/09/30/57)

실제 지난 여름 내가 가방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경향은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비록 페이스북 News Feed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해당 상품을 찾았지만 실제 그 광고를 보게 된 이유는 나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킥스타터라는 서비스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친구들의 SH단계의 간접적 영향으로 해당 광고에 내가 노출된 것이다. 그리고 앞서도 밝혔지만 정작 킥스타터에 방문해서도 판매자가 제시하는 정보보다 먼저 들어 온 것은 ‘매출액’이었다. 직접적인 매출액은 고객의 댓글이나 평점보다 오히려 고객의 선호를 표현할 수 최선의 정보였다. 그렇게 나는 판매자에게 설득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상품을 알고 관심을 가지고 구매를 결정한 다른 수많은 고객에게 설득된 것이다.

그렇게 해당 상품을 구매한 직후 나는 해당 상품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내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러자 나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도 자연스레 해당 글이 노출되었고 단순히 ‘좋아요’를 눌러주는 친구는 물론 내 글을 보고 실제 두 사람은 같은 가방을 구입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도 자신의 구매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고 이러한 일들은 순환반복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객의 주도적인 설득은 사실 훨씬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바로 ‘킥스타터’라는 서비스 자체가 고객의 설득을 통해 다른 고객에게 구매를 독려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킥스타터’ 서비스는 잘 알려진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서비스다. 쉽게 말해 제품의 개발자나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글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들어와서 그 제품에 투자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의사를 표시한다. 그래서 사실 ‘킥스타터’에서는 물건을 팔거나 구매한다고 하지 않고 ‘서약했다(pledged)’고 표현하다. 쉽게 말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자가 올리기는 하지만 그것을 실제 만들어 사업화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고객’의 몫인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고객이 오히려 판매자에게 ‘이건 괜찮으니 만들어보세요’라고 설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 구매한 가방의 펀딩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을 때, 판매자가 보낸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판매자의 감동어린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This journey has not only given us a lot of valuable experience but also more confidence and courage to launch our products on the market. (이 경험은 우리에게 단지 수많은 값어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상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우리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더해 주었습니다.)

또한 고객들은 단순히 설득에 그치지 않는다. 킥스타터에서 펀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객들은 상품 디자인은 물론 재질, 제반 액세서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고 일부 의견을 실제 받아들여져 상품이 개선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더 이상 고객은 설득의 대상으로 머무르기 보다는 설득의 주체로 비즈니스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고객의 존재감’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첫 번째 풍경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흩어져 있는 ‘고객의 존재감’을 모으고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러한 흩어져 있는 고객의 존재감이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빅데이터이며, 이에 대해서는 다음 회차에서 다루도록 할 것이다.)

출처 : Multi-ethnic Group of People Holding Boards with Customer

어설픈 ‘원맨밴드’에서 전략적 ‘전문가’로

보통 패션 회사에는 다양한 부서가 있다. 하나의 의류 브랜드가 돌아가려면 기획팀, 마케팅팀, 디자인팀, 생산팀, QC팀, 영업팀, VMD팀, 고객관리팀, 재무팀 등 수많은 부서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 팀들 중 어느 한 팀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협업이 삐걱거리는 날에는 여지없이 사고가 터진다. 예를 들어보자. 기획팀에서 대략적인 시즌 생산 계획을 수립한다. 디자인팀에서는 그에 맞게 디자인을 한다. 그리고 생산 공장으로 생산 의뢰가 들어간다. 보통 생산 공장은 외주를 이용하다 보니 생산 대금은 어음으로 정산한다. 해외 업체에서 생산을 진행하는 경우는 은행 여신을 통해 생산 대금을 은행이 대신 지불한다. 이른바 은행 빚을 지는 것이다. 대형브랜드의 경우는 그 금액이 상당하다. 그렇게 상품은 물류를 통해 창고에 입고되고 물류를 통해 전국의 매장으로 배포되어 판매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만일 일련의 과정에서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거나 어음이 돌아왔을 때, 지불능력이 없어 부도가 나버린다. 그래서 전통적인 패션 비즈니스는 일종에 종합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러게 복잡하게 얽혀있는 비즈니스 구조적 특징을 두고 ‘Pipeline 비즈니스(이하 pipeline)’라고 한다. 복잡한 정유 공장의 Pipeline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매우 복잡해 보이는 그 pipeline 중 한 곳에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전체 공장이 All Stop되어 버린다. 그게 전통적인 비즈니스의 일반적인 형태다. 그래서 패션 비즈니스는 정유공장만큼이나 복잡하고 그만큼 어렵다. 아무리 디자인을 잘하는 디자이너가 있어도 그 밖에 비즈니스 요소에 대한 역량이 없으면 패션 비즈니스는 돌아가지 않았다.

출처 : https://www.korin-design.com/

그런데 내가 산 가방을 만든 KD는 설립된 것이 2016년이다. 그들의 프로필을 보면 레드닷 어워드나 독일 IF에서 디자인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분명 디자인에 있어서는 상당한 전문성을 확보한 기업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OEM 등이 아닌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불과 1년만에 직접 디자인한 상품을 15억원어치 팔았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기존의 Pipeline 구조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은 뭔가 달랐다.

그들의 성공은 킥스타터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모르긴 해도 그들은 자체적인 재무팀이나, 생산팀, 마케팅팀, 영업팀을 둘 수 있는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라곤 그저 상품을 디자인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영상을 찍은 것이 전부다. 업무량을 생각해보자면 의상학과 전공자들이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수준 정도와 비교할만하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 것이 레드닷이나 IF 디자인 어워드를 받은 회사가 동일 시간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몰입했다. 그리고 전통적 Pipeline에서 필요했던 그 밖의 역할은 철저하게 ‘킥스타터’라는 서비스에 의존했다.

반면 킥스타터는 KD처럼 멋진 디자인을 해낼 역량은 없었지만 그러한 멋진 상품에 관심 있어하는 고객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고, 또 그들을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었다. 이와 같이 고객과 생산자들의 사이에서 그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비즈니스를 Platform 비즈니스(이하 Platform)라고 한다. 그들은 KD는 잘 알 수 없었던 광고와 홍보를 위해 페이스북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혹은 전 세계 고객들의 의뢰를 어떻게 받고 정리해야 할지 등의 비즈니스 관리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출처 : 킥스타터 BM 이미지 (https://www.boardofinnovation.com/blog/2010/02/10/kickstarter-com-community-funding-of-extraordinary-projects/

그렇게 KD는 킥스타터와 협업을 통해 약 140만불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손에 140만불을 쥔 KD는 이제 돈으로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이제 공장에 현찰로 생산의뢰를 한다. 어음이나 은행 여신도 필요 없다. 이는 전통적 Pipeline 사업에서 중요하게 관리하는 현금흐름에 대한 위험관리(Risk Management)의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이다. 게다 생산 수량을 예측할 필요도 없다. 주문 들어온 수량이 있기 때문에 예측이 아니라 주문된 수량만큼 생산하면 된다. 이는 기존에 상품 기획팀이 하던 일을 거의 사라지게 해 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추가로 받은 50달러의 배송료로 어렵지 않게 글로벌 배송회사와 계약을 통해 배송도 쉽게 해결 했다. 결국 물류팀의 일도 없어진 것이다.

출처 : 와디즈 홈페이지 (링크)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3175)

최근 들어서는 킥스타터와 같은 Platform을 다시 활용한 Platform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샤플(shapl)’이라는 서비스다. 킥스타터의 경우는 광고/홍보 그리고 펀딩 정도를 전문으로 한다. 그래서 펀딩받은 돈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배송하는 것은 판매자의 몫이다. 그러나 샤플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은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수집한다. 그리고 해당 디자인에 대해 SNS 등으로 고객의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고객의 선호가 높은 상품을 선정하고 샤플이 직접 상품을 생산한다. 그리고 샤플이 직접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통해 직접 판매를 진행한다. 그리고 판매가 일어난 수량에 따라 그들은 디자이너에게 해당 제품 디자인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한다. 최근 홍익대학교 나건 교수가 디자인한 여행용 가방 프로젝트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약 15억원치를 판매했다. 샤플이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대로라면 디자인을 제공한 나건 교수는 약 1.5억(약 10%)의 수익을 거두어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이 디자이너가 샤플과 협업을 하면 디자이너가 제일 잘하는 디자인을 제외한 다른 일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훨씬 더 잘하는 일에 전략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샤플 BM (출처 : http://shapl.com/about/)

이제 비즈니스는 더 이상 혼자 고군분투하는 장르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Platform은 우리가 생각하고 기획하는 비즈니스의 복잡성을 극도로 줄여주고 전략적으로 잘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4차산업혁명’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는 ‘융합(Convergence)’이다. 고독한 ‘원맨밴드’를 고집하기 보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능성, Platform과의 융합을 통해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적 전문가’로서 정체성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해외 수출에서 지구촌 내수로

가방을 구매하고 페이스북을 살펴보다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가방에 대해 공유된 글이 많은 것도 많은 것이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분명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인데, 해당 정보를 공유한 글은 ‘영어’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나 역시 해당 정보를 공유하며 ‘한글’을 이용했다.) 공유한 글에 사용된 언어 중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정도는 글자의 형태로도 알 수 있었지만 브라질에서 사용하는 포르트갈어, 스페인어, 루마니아어, 불어, 독일어 등은 페이스북의 번역 기능을 이용해서야 겨우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공유된 페이스북의 글은 그들의 친구들에게 그들이 익숙한 언어로 그들의 친한 친구가 소개하는 아주 효과적인 광고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공개한 실제 배송 리스트를 살펴보면 50여개국 이상의 나라로 배송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해외로 물건을 파는 것은 ‘수출’이라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물론 지금도 ‘수출’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비즈니스는 ‘수출’을 통해서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KD는 ‘수출’이라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없이 자신들의 상품을 50여개국이 넘는 나라에 팔았다. 여기에 분명한 변화가 있다.

출처 : http://essaysun.com/index.php/2017/08/26/globalization-of-firms/

앞서 소비자 행동 이론으로 AIDMA와 AISAS에 대해 언급했다. 그런데 두 이론 모두 공통적으로 맨 앞에 A, I단계가 동일하게 정의되어 있다. 고객의 주목을 끌고 관심을 끌어내는 일, 쉽게 광고, 홍보는 지역적 한계가 분명했다. 한국에서 아무리 인기를 얻고 유명해진 상품도 미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시 A, I단계를 처음부터 거쳐야만 한다. 쉽게 말해 한국의 국민MC ‘유재석’도 미국가면 다시 처음부터 오디션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 과거의 수출 모델은 일단 해외 대상 국가에서 유통하고 판매하기 위한 기반을 미리 조성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종종 거액의 투자가 요구되었다. 그래서 해외진출, 수출은 행여 실패할 경우 모기업의 도산을 초례할만큼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은 일이었다.

하지만 한가지가 달라졌다. 바로 A, I단계가 가졌던 지역적 한계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페이스북에만 들어가도 수많은 해외 친구들과 직접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는 간단한 영어 단어로 검색하면 전 세계에서 쓴 글들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요즘 더 강력해 진 것은 페북이나 인스타의 라이브 서비스이다. 이것은 전 세계에 실시간 홈쇼핑 방송을 개인이 손쉽게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광고와 홍보에 있어서 지역적 국경이 없다.

출처 : http://techunzipped.com/2017/04/2017-year-facebook-live-pt-1/

그렇다면 언어적 국경은 어떨까?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해외 고객 대상 K-Fashion 쇼핑몰인 쿠딩(Kooding.com)에 지금 접속해서 우측 상단에 있는 ‘Select Language’ 옆의 화살표를 눌러보자. 무려 23개의 언어로 번역이 가능하다. 언어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바로 위에 있는 ‘통화’라는 부분을 클릭해보면 화폐단위를 선택할 수 있다. 이걸 바꾸면 상품의 가격이 실시간 환율이 반영된 해당 화폐단위의 환산금액으로 바뀐다. 엄청난 기술일까? 아니다. 언어의 번역은 구글이 제공하는 자동 번역 기능을 활용했다. 환율의 변환은 포털 서비스가 제공하는 환율 정보를 활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교적 손쉽게 언어적 국경도 넘어설 수 있다. 실제 쿠딩 서비스는 국내 인디 패션 몰의 상품을 전 세계로 판매하고 있다.

쿠딩 : 출처 http://kooding.com

실제 물건이 오가는 물류의 장벽은 어떨까? 물론 우리나라의 편리하고 신속하고도 저렴한 수준은 못 따라오지만 글로벌 택배 회사들도 성업 중이다. 그래서 물리적 국경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이와 같이 더 이상 수출을 통해 넘어야 할 국경의 문턱은 상당히 낮아졌다. 그렇다면 남겨진 것은 이제 수출이 아닌 마치 내수를 생각하듯 글로벌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식견이다. 물론 아직 여전히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해외 수출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앞서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가 어느 국가에 더 잘 수용되는지는 이제 안방에 앉아서도 어느 정도는 미리 알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시장을 고려함에 있어서 더 이상 ‘한국 시장이 작다’라는 핑계를 댈 수 없다. 우리의 시장은 더 이상 국내로 한정되지 않는다. 물론 섣불리 위험 가득한 수출시장으로 들어가는 일도 조심해야 한다. 대신 이제 우리는 ‘지구촌’ 전체를 우리의 시장으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렇게 해서 3가지의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첫째, 이젠 기업이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고객을, 심지어 고객이 기업을 설득하는 시대가 되었다. 두번째, 이제 비즈니스에서 우리가 잘 모르고 서툰 부분은 Platform에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해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제 비즈니스에 국경의 개념이 없는 진정한 지구촌 시대가 도래했다.

앞서 아직 ‘4차 산업혁명’은 그 언어적 정의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출발점의 풍경만 보아도 뭔가 상당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그 출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 몇 가지를 좀 더 깊이 있게 소개하고 이를 통해 그 혁명의 방향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다음회 계속)

[기고자]  김 영(KIM YOUNG)

  • 現) ‘한중패션비즈니스센터’ 이사
  • 前) ㈜SK M&C Manager : 마케팅 솔루션 기획/개발
    ㈜ SK네트웍스 과장 : 국내 최초 패션브랜드 e-shop 기획/개발(아이겐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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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한중패션비즈니스센터]
ㆍ중국 통샹 소재 한중패션청년디자인기지 서울지사 (이사)
ㆍ패션디자인 스튜디어 운영 및 패션과 4차산업혁명 강의
ㆍ 창업 지원하는 Fashion Convergence Marketing 전문 기업
ㆍ문의 : davidk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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