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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정치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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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미제라블> 혁명군과 정부군의 전투 장면 중)

여기저기서 불꽃이 치솟는다. 총소리, 대포소리, 하나 둘씩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며 내는 절규소리. 누가 봐도 뻔한 결과처럼 보인다. 정부군을 상대로 혁명군이 의지 할 수 있는 건 바리케이드뿐. 그러나 포기 할 수 없다. 바리케이드 너머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영화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이다. 위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유난히 시선이 가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바리케이드 가장 높은 곳에 비스듬히 박힌 ‘붉은색 깃발’이다.

색깔은 특정 대상을 정의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빨강은 신념, 의지, 열정을 나타낸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붉은색 깃발’은 혁명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빨간색은 좌파 및 민중의 색이라고도 한다. 또한 정치인들이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 자리에 어김없이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오는 것도 단호한 신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미국의 색채학자 ‘루이스 체스킨’은 말한다. “인간은 디자인 및 형태를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색채를 인지 할 때는 감성적이 된다.” 사람을 설득하려면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라고 한다. 색은 그만큼 감성을 자극하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색에는 힘이 있다는 얘기다.

‘컬러정치’ 즉 색을 정치적으로 잘 활용하는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 일 것이다. 2014년 새해 초부터 분주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박대통령의 지난 며칠간의 공식석상 ‘컬러정치’를 분석해봤다.

분홍: 1월6일 신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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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박대통령의 선택은 분홍색이었다. 분홍은 ‘부드러움’, ‘따뜻함’, ‘온화’, ‘사랑’을 상징한다. 독단적인 국정운영으로 ‘불통논란’에 휩싸여온 박대통령은 분홍색 바지정장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분홍색이 담고 있는 부드러움을 통해 ‘소통불가’라는 이미지를 조금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적 선택처럼 보였다. 이런 시도에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분홍색을 입고 행복한 핑크빛 미래를 이야기하려 했던 점이 좋았지만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의상점수는 7.5점이다”라고 평가했다. 분홍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잘 선호되지 않는 색이다. 분홍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온화함이 때로는 신뢰성이 없어 보이고 가벼운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상 및 인터뷰 자리에서는 절대 피해야 할 색이지만, 이날 박대통령은 '불통' 이미지 개선에 좀 더 신경 쓴 것 같았다.

노랑: 1월7일 새누리당원들과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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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240명과 함께한 청와대 만찬자리에서는 노란색 계열의 베이지색을 입었다. 노랑은 ‘기쁨’, ‘희망’, ‘명랑함’을 나타내는 따뜻한 색이다. 또한 노란색은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리더십을 상징하기도 한다. 노란색 옷을 선택한 박대통령은 당원들에게 친근한 느낌과 동시에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즉 ‘소통’과 ‘장악’을 함께 하겠다는 포석이다. 사실 박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소통도 안된 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대통령은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친근함을 주는 노란색을 입고 식사도 하며 당원에게 좀 더 다가가겠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빨강: 1월9일 외국인투자기업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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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또 다시 빨간색이다. 박대통령은 작년 8월 29일 중견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빨간 재킷을 입고 나왔다. 박대통령이 직접 ‘투자활성화복’이라고 이름까지 붙인 옷이었다. 빨간색은 ‘정열’, ‘외향성’, ‘적극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증권가에서 빨간색은 좋은 의미로 해석된다. 증권거래소의 시세표를 보면 주가상승 종목은 빨간색, 하락종목은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박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외국인투자기업간담회에서도 역시 경제상승을 의미하는 빨간색 옷을 택했다. 침체돼 있는 경제에 불을 댕기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다.

박대통령이 지난 6, 7, 9일 공식석상에서 선택한 색은 공교롭게 모두 따뜻한 톤이었다. 색채학에서 볼 때 분홍, 노랑, 빨강은 따뜻한 느낌을 준다. 반면 청색, 녹색계통은 차가운 색으로 분류한다. 색으로만 봤을 때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으나 어떻게 실행 할 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색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 이상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살아서 꿈틀꿈틀거린다. 이런 색의 메커니즘을 알고 일상에 활용한다면 인생이 한결 더 다채로워질 수 있다. 2014년 청마의 해, 색의 내면을 통해 대중에게 나를 적극적으로 어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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