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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코리아 다이어리 PART 2 – 강동준 디자이너가 말하는 K-패션의 현주소

ⓒ 패션서울 | 이대산 포토그래퍼

뉴욕과 파리, 밀라노 그리고 런던. 이 도시들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패션 디자이너들이다. 세계 4대 패션 위크는 이들에게 있어 성장을 담보하는 ‘꿈의 무대’와 같다. 최근에는 다소 멀게만 느껴졌던 ‘꿈의 무대’가 한계와 제약의 벽을 넘어서며 대한민국과의 접점을 좁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 활동 중인 디자이너들 중 대부분은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고군분투 중이다. 실제로 세계 4대 패션 위크에 진출해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돌아온 이들도 꽤 많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들이 이제는 진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디자이너가 샤넬(CHANEL),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그 ‘의미’만을 생각하며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거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사방팔방으로 성장 중인 K-패션 과도기에 조금은 미숙하기도 하고 이렇다 할 결과물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내 패션계에는 체계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디바이디(D BY D)를 이끄는 강동준 디자이너가 K-패션의 세계화를 꿈꾸며 현시점을 진단했다.

ⓒ 패션서울 | 이대산 포토그래퍼

Q 최근 컨셉코리아(Concept Korea)를 통해 뉴욕패션위크에 진출했다고 들었다.

2016 S/S 시즌에 이어 2016 F/W 시즌에도 뉴욕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사실 이번이 첫 해외 컬렉션은 아니다. 2010년에는 런던, 2014년에는 국내 남성복 디자이너 최초로 밀라노에도 진출했었다. 해외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항상 신인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꽤 연차가 있을지 몰라도 해외에서는 말 그대로 ‘초짜’이기 때문이다.

Q 뉴욕패션위크에 디그낙(D.GNAK)이 아닌 세컨드 브랜드 ‘디바이디’를 비장의 카드로 꺼내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사실 디바이디는 뉴욕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세컨드 브랜드다.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상업적인 성향을 띠는 뉴욕패션위크와 대중적이고 젊은 감성의 디바이디는 환상의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D BY D 2016 F/W New York Collection
Q 2016 F/W 뉴욕 컬렉션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이번 컬렉션은 영화 ‘Her’의 주제인 소유와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I’m yours and I’m not your>라는 테마로 재해석했다. 미래의 도시에서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전체적인 영화의 색감은 따뜻한 톤을 사용했다. 미래라는 삭막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상쇄시키기 위한 장치다. 매 시즌 주를 이루던 블랙 컬러에 베이지, 아이보리, 골드, 버건디 컬러를 추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연애편지 대필, 복고풍 옷과 수영복, 헤어스타일, 그리고 옷핀 등의 요소들은 과거에 존재했던 인간의 여린 감성이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이 변하고 제아무리 기술이 발달했어도 인간의 본연은 변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거와 인공지능 OS라는 미래가 아이러니하게도 조화로울 수 있었던 비결이다.

Q 이번 컬렉션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영화에 나오는 제일 중요한 단어인 ‘디지털’에서 모티브를 얻은 프린트들이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세계 지도를 출력했다. 그리고 뉴욕, 밀라노, 런던, 서울 등 특정 도시를 형상화했다. 강줄기를 표현한 프린트도 있다. 결과적으로 인류가 발전해도 미래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Q 뉴욕과 런던, 그리고 밀라노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들은 각자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뉴욕은 기성복의 대국이다. 라코스테(LACOSTE),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랄프로렌(RALPH LAUREN),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실용적인 옷들이 주를 이룬다. 이는 미국 특유의 상품 기획력과 광고 산업이 뒷받침된 결과이기도 하며 효율적인 생산 관리 및 유통에 초점을 맞춰 런던, 파리, 밀라노와는 다른 특색을 갖추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의 경우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밀라노는 남성복 컬렉션에 있어 단연 독보적인 존재로 손꼽힌다. 고급스러운 테일러링 기술을 바탕으로 퀄리티 높은 원단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디그낙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런던은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의 고향이다. 이들처럼 개성이 넘쳐흐르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에는 파리를 위협할 정도로 디테일적인 부분도 강화됐다고 생각한다.

Q 강동준 디자이너에게 마지막 남은 곳은 파리, 단 한 곳뿐이다. 파리 진출 계획이 있는가?

재정비를 마친 후 오는 6월 파리에 진출한다. 사실 밀라노는 구찌(Gucci)나 알마니(Armani)의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다. 그렇게 때문에 전통적인 옷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이고, 또 보수적인 성향도 유독 눈에 띄게 드러난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디자이너가 이 경계를 허무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밀라노 진출 초창기에는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았었다. 그러나 두세 번째부터는 계절 자체에 거리감이 생기다 보니까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이때 밀라노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는가? 너는 왜 파리가 아닌 밀라노에 있냐는 것이다. 초창기 때와는 달리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내가 생각해도 이제는 파리로 갈 시기인 것 같다.

ⓒ 패션서울 | 이대산 포토그래퍼

Q 서울패션위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얻은 것들이 굉장히 많다. 덕을 좀 봤다. (웃음)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했기 때문에 런던에 진출할 수 있었고 또 이를 계기로 뉴욕과 밀라노에도 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칭찬만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서울패션위크가 발전의 발전을 거듭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행정적인 부분보다는 정부의 지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비용적인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행여나 돈 때문에 서울패션위크의 문턱이 높아지지는 않을까 걱정될 뿐이다.

Q 2016 F/W 시즌부터는 제너레이션 넥스트(Generation Next, 이하 GN)가 사라진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패션 디자이너의 입장으로 바라봤을 때 실망과 절망, 심지어 열까지 받는 일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정구호 총감독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GN이 폐지됐는가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GN을 통해 느낀 점은 정말 잘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분명히 있었다는 거다. 아직 패션쇼를 진행할 여력이 안 되는데 강행하는 이들이 많았다. 처음 GN의 시작은 10착장 미만으로 끝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GN이 점점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변질됐다. 최근의 GN을 보면 20착장, 많게는 40착장까지 간다. 서울 컬렉션과 다를 바 없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정구호 총감독이 패션쇼가 아닌 트레이드 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된다.

Q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실질적인 수익은 발생하는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바잉? 꿈도 못 꿨다. 바이어랍시고 앉아서 패션쇼를 관람하고는 있는데 그들이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도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에서 검증된 바이어들을 직접 초대하기 때문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서울패션위크가 단순히 B2B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패션 꿈나무들이 패션쇼를 관람하기 위해 굉장히 많이 찾아온다. 이들이 돈을 모아서 우리의 옷을 사는 실 구매자들이다. 서울패션위크는 B2C의 역할도 충분히 해내고 있다.

ⓒ 패션서울 | 이대산 포토그래퍼

Q 소윙바운더리스(Sewing Boundaries)의 하동호 디자이너와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다.

원래 하동호 디자이너가 디그낙 디자인팀에서 근무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세컨드 브랜드 디바이디를 론칭하게 됐었고 하동호 디자이너가 팀장을 맡았다.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낸다.

Q 이번 서울패션위크에 하동호 디자이너도 참가한다. 그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하동호 디자이너에게 칭찬을 해주기에는 이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웃음) 개인적인 바람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패션 시장 자체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동호가 사람이 참 괜찮다. 주변 사람들한테도 잘하고 심성도 착하다.

Q 마지막으로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옛날에는 ‘존버정신’을 강조했었다. 그리고 무조건 버티라고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데뷔했을 때는 디자이너들 간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도움을 청하거나 질문을 던질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때만 떠올리면 아직도 억울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후배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덕분에 술값은 어마어마하게 나가지만 말이다. (웃음) 현시점에서 무조건 버티라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이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

ⓒ 패션서울 | 글 구하나 기자 | 사진 이대산 포토그래퍼 @photo.by.san

# D BY D 2016 F/W NEW YORK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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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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